쿠키런 키우기, 방치형 RPG

쿠키런 키우기에서 사람이 실제로 만지는 곳은 셋뿐입니다

데브시스터즈가 2026년 7월 30일에 낸 방치형 RPG입니다. 쿠키 12마리가 알아서 싸우는 동안 사람이 하는 일은 편성을 짜고 하루 한두 번 접속해 방치 보상을 걷는 것입니다. 출시 당일 매출의 절반쯤이 해외에서 나왔고, 8월 23일 기준 국내 앱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는 9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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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제과점 주방에서 갓 구운 철판 위로 김이 오르고, 오븐 불빛을 등진 앞치마 차림 인물이 팔짱을 낀 채 그것을 내려다보는 일러스트

이름에 ’키우기’가 붙은 게임들

한국 앱스토어에 올라온 이 게임의 정식 이름은 ’쿠키런 키우기’이고, 뒤에 부제로 ’쿠키런: 크럼블’이 붙습니다. 앞자리를 차지한 단어가 키우기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 스톤에이지 키우기, 메이플 키우기가 이미 같은 이름표를 달고 있어서,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키우기’는 이제 브랜드가 아니라 장르 이름에 가깝습니다. 플레이어가 손을 떼고 있어도 캐릭터가 알아서 자라는 방치형 RPG를 그렇게 부릅니다.

이 장르가 커진 속도는 숫자로 확인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백서 집계로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에서 방치형 RPG가 차지하는 몫은 2021년 1.6%였는데 2024년에는 7.1%까지 올라갔습니다. 3년 사이에 네 배 넘게 늘었습니다. 업계에서는 비슷비슷한 MMORPG에 지친 이용자들이 옮겨 앉은 결과로 봅니다. 개발비가 적게 들고 회수가 빠르다는 사정도 있습니다.

쿠키런 키우기는 2026년 7월 30일에 나왔습니다. 데브시스터즈의 사내 조직인 스튜디오킹덤이 개발했고, 국내와 해외에 같은 날 냈습니다. 사전 등록자가 200만 명이었고 출시 나흘 만에 누적 이용자 100만 명을 넘겼습니다. 앱스토어에 걸린 한 줄 소개는 “손 안 대도 ㅋㅋㅋ 바삭바삭 방치형 쿠키 RPG”입니다. 이 한 줄이 마케팅 과장이 아니라 사양서에 가깝다는 것이 이 리뷰의 출발점입니다.

사람이 실제로 만지는 곳

전투에는 손을 대지 않습니다. 쿠키가 최대 12마리까지 한 화면에 나와서 알아서 스테이지를 밀고, 화면을 보든 앱을 끄든 결과는 같습니다. 출시 시점에 쿠키 69종과 펫 54종이 열려 있고, 펫은 전투에 직접 끼지 않고 보조 효과만 겁니다.

그러면 사람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우선 편성을 짭니다. 쿠키마다 다른 쿠키에게 걸어 주는 시너지와 자기가 받는 시너지가 정해져 있어서, 화력을 맡길 쿠키를 하나 고른 다음 그 쿠키가 받는 시너지를 주는 쿠키들로 나머지 자리를 채웁니다. 탱커와 힐러로 생존을 받치고 딜러가 몰아치는 구성은 이 장르의 기본입니다. 여기가 이 게임에서 머리를 쓰는 유일한 자리입니다.

그다음은 접속입니다. 앱을 꺼 둔 동안 쌓인 재화를 한 번에 걷는데, 스테이지를 멀리 밀어 둘수록 시간당 쌓이는 양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초반에 진도를 빼는 것이 곧 수입을 올리는 일입니다. 마지막이 일일던전입니다. 골드를 주는 던전과 성장 재료를 주는 던전이 나뉘어 있고 하루 입장 횟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세 가지를 다 해도 하루 5분에서 10분입니다. 좋게 보면 시간을 거의 안 씁니다. 나쁘게 보면 할 일이 없습니다. 이 게임을 평가하는 문장은 사실상 저 두 줄 사이 어디쯤에 놓입니다.

사흘째 저녁에 생기는 일

첫 사흘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튜토리얼이 짧고 스테이지가 빠르게 넘어가고, 뽑기를 돌릴 때마다 새 쿠키가 나옵니다. 69종을 한꺼번에 풀어 둔 덕이 큽니다. 조합을 바꾸면 막혀 있던 스테이지가 뚫리고, 뚫리면 방치 수입이 오르고, 수입이 오르면 다시 진도가 나갑니다. 이 순환이 도는 동안은 잘 만든 게임입니다.

사흘쯤 지나면 스테이지가 슬슬 안 뚫립니다. 그때부터 선택지는 둘로 좁아집니다. 기다리거나, 사거나. 방치 보상은 시간에 비례하니 기다리면 언젠가 넘어가고, 급하면 던전 입장권을 사면 됩니다. 장르의 규칙이라 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사흘째 저녁쯤 화면을 보다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어지는 사람이 분명히 있고, 그 사람은 아마 그 주 안에 앱을 지웁니다.

광고를 끄는 데 7,500원

결제는 두 갈래입니다. 쿠키와 펫 뽑기, 그리고 편의를 파는 상품입니다. 이 게임의 성격은 뒤쪽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2026년 8월 23일 기준 한국 앱스토어에 걸린 인앱 상품은 이렇습니다. ‘광고 제거 슈가코팅 멤버십’ 7,500원, ‘크럼블 패스 시즌 1’ 7,500원, ‘유니크 장비 3종 패키지’ 6,000원, ‘일일던전 입장권 세트 패키지’ 6,000원, ‘에픽 장비 핫딜 패키지’ 1,500원, ‘바람궁수 쿠키 획득 패키지’ 17,000원, ‘근엄한 초코왕방울 패키지’ 20,000원. 구글플레이 상세 페이지에는 인앱 구매 금액이 항목당 1,500원에서 139,000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광고 제거 상품이 따로 있다는 말은 안 사면 광고를 본다는 뜻입니다. 구글플레이 상세 페이지에도 ‘광고 포함’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일일던전 입장권을 판다는 것은 이 게임의 진도 제한이 그대로 매대에 올라와 있다는 뜻입니다. 방치형에서 돈을 쓰는 이유는 결국 시간을 앞당기는 것 하나뿐이라, 성격 급한 사람일수록 지출이 빨라집니다.

대학생 기준으로 현실적인 선은 광고 제거 7,500원 정도입니다. 패스까지 더하면 한 달 1만 5천 원이고, 그 위로는 특정 쿠키를 지금 당장 갖고 싶은 사람의 영역입니다. 뽑기 확률표는 공식 고객지원 페이지에 공개돼 있으니 결제하기 전에 직접 열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출시 당일 매출의 절반은 한국 밖에서

국내 차트만 보고 이 게임을 이야기하면 절반을 놓칩니다. 출시 당일 국내 앱스토어에서 인기 1위와 매출 3위를 했는데, 같은 날 대만과 태국에서 인기 2위, 미국에서 8위였습니다. 데브시스터즈는 출시 당일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목이 국내 순위보다 눈여겨볼 만합니다. 한국 모바일 게임의 해외 매출은 대개 한두 시장에 쏠리는데 쿠키런은 그렇지 않습니다. 앱스토어에 표시된 지원 언어가 한국어, 영어, 일본어, 번체 중국어, 태국어 다섯 개인데, 출시 당일 성적이 잘 나온 시장과 정확히 겹칩니다. 대만 앱스토어에서는 이름부터 아예 다릅니다. ‘薑餅人放置大戰爭’, 그러니까 진저브레드맨 방치 대전쟁입니다. 대사보다 생김새로 먼저 읽히는 캐릭터라, 언어를 다섯 개만 넣고도 네 나라 차트에 동시에 올랐습니다.

회사 사정도 같이 봐야 합니다. 데브시스터즈는 2026년 상반기에 매출 1,111억 원, 영업손실 333억 원을 냈습니다. 2분기만 떼면 매출 527억 원에 영업손실 160억 원입니다. 기존 라이브 게임들이 매출을 못 내는 사이 하반기 반등을 이 신작 하나에 걸어 둔 상태입니다.

3주 만에 1위에서 9위로

그래서 3주가 지난 지금이 중요합니다. 출시 뒤 한때 애플, 구글, 원스토어에서 인기 1위를 동시에 찍었고 애플 매출 순위도 1위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8월 21일 오전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는 14위였고, 같은 날 데브시스터즈 주가는 코스닥에서 8.90% 빠져 1만 5,140원 선에 거래됐습니다. 8월 23일 오전 애플 앱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는 9위, 인기 순위는 12위입니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1위에서 출발한 게임의 3주 차 숫자로는 하강이 가파릅니다.

방치형은 원래 이렇게 빠집니다. 손이 안 가는 게임은 안 켜기도 쉽습니다. 데브시스터즈는 4주 간격으로 정기 업데이트를 돌려 쿠키와 펫을 계속 늘리겠다고 했고, 이 장르에서는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맞는 사람은 이렇습니다. 쿠키런 캐릭터를 좋아하고, 게임에 쓸 시간이 하루 10분뿐이고, 폰에서 뭔가 하나쯤 돌아가고 있으면 마음이 편한 사람. 안 맞는 사람도 분명합니다. 조작하는 손맛을 원하는 사람, 내가 잘해서 이겼다는 감각을 얻고 싶은 사람. 이 게임에는 잘하고 못하고가 거의 없습니다. 어제보다 숫자가 큰지 아닌지만 있습니다.

지금 깔아 본다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685MB를 받고, 막힐 때까지 스테이지를 최대한 밀어 방치 수입부터 올려 두고, 그다음에 시너지를 보고 뽑기를 돌립니다. 광고 제거는 사흘 해 보고 그때도 켜고 있으면 결제해도 늦지 않습니다. 4주 주기라면 첫 대형 업데이트가 8월 말이나 9월 초입니다. 신규 쿠키 몇 종으로 3주 만에 내려앉은 순위를 되돌릴 수 있을지는 그 공지가 올라와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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